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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이야기/드라마스페셜

왜 빨강사탕이었을까...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참 오랜만에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시청하였다.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왠지 본 듯한 느낌!!!
진부하다는 불륜소재라서 인지 아니면 노작가님의 작품이라서 비스무리한 느낌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다.

  

KBS홈페이지에 소개된 빨강사탕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가정과 회사생활에 지쳐가는 후줄근한 40대 출판사 영업부장 “재박”은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빨강사탕을 문

”라는 여인을 남몰래 바라보며 삶의 위안을 찾는다.

100일간 뒤에서 지켜보던 그는 자신이 관할하는 서점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까지 따라간다.

그리고 어느덧 빨강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 섣부른 키스까지 하게 된다.

녀도 그도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차오를 무렵 재박에게 유희에 관한 무자비한 소문들이 들려오는데....

 

재박의 아내는 재박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 없이 중학생 아들을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아이를 데리고 외국으로 나간다.
재박은 아내가 꼭 버리라고 한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들고 아직 아기인 둘째 딸을 안고 지하철역을 향해 달린다.
그곳에서 만난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는 불이나케 지하철에 오른다. 그리고는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누군가를 찾는다.

 빨간사탕을 입에 문 그녀를 


 저렇게 좋을까...행복할까? 그저 그녀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는 하루의 즐거움이라는 재박이다.

 재박의 거래처인 서점 직원인 그녀 유희는 물고 있는 빨간사탕만큼이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많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고 있고 그만큼의 구설과 소문이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재박은 유희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저 출퇴근 시간에 묵묵히 그녀를 따라다니며 훔쳐 볼 뿐.

 그날도 퇴근길의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집앞 슈퍼마켓에서 유희가 딸기 한팩을 살때까지만!
이제 안심하고 그만 돌아서서 가려는데 그녀가 그를 아는 척 하며 도움을 청한다.

 

 유희는 알고 있었다.출퇴근길에 항상 재박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묵묵히 100일동안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봐준 그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유희와 재박은 이내 다른 드라마나 영화처럼 그들만의 사랑을 시작한다.
남들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그 진부한 사랑놀음을.

 

유희는 말한다.
"난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 할꺼에요.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요."

 이건 뭐....바보도 아니고 라는 생각이 스친다.
왠만해서 사람들은 100일이나 누군가 내 뒤를 밟는다면 스토커라고 생각했을 듯 한데 그녀 유희는 왜 뒷모습을 바라봐 주는게 사랑받는 느낌이었을까? 내가 사랑받는 구나 이런 느낌 이었을까?
저렇게 순하고 천진한 여자라서 계산도 없이 버려지지만 않으면 그만인 불륜따위를 하는거겠지. 유희를 보면서 참 많이 답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구설속에 있는 그녀 유희를 오해하고 사실을 알려고도 그걸 풀 생각 조차 없이 이때다 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버린 재박이는 정말 나쁜 놈이다.
자신은 사랑이라고 울면서 그렇게 우기면서도 사실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 버린 거지같은 놈.

그리고  술에 취해 사고로 죽어버린 유희는 도대체 뭔지...세상에 남긴거 하나 없이 그렇게 사라져 버린 그녀.

 재박은 작은 딸을 안고 놀이터 그네에서 유희가 남긴 음성메세지를 듣는다.
그녀의 빨강사탕을 물고서 그리고는 엉엉 운다. 아주 서럽게...
정말 가식적이고 보기 싫은 장면이었다. 어린딸을 안고 그러고 싶었을까?
자신은 물론 엄청나게 슬픈일을 당했다 싶었겠지 사랑이라고 착각 했을테니까.


 다음날 아침 아내가 소리친다. "이런걸 먹다가 아무데나 놓으면 어떡해?"라고
그리고 화면에 비친 모습은 정말 처참하였다.
유희처럼 새빨간 사탕이 녹아서 늘어붙고 그 사탕에 개미들이 엉겨서 빠져죽어 있는 모습.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충격적으로 다가온건 그 빨강사탕이 유희처럼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빨리다 무참히 버려진...그래서 더럽혀지고 아무쓸모도 없어져 버린 그런 느낌.



 난 재박이 원망스러웠다. 적어도 그렇게 울면서 유희를 잠깐이라도 추억하고 그리워 했다면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그 사탕 이라도 끝까지 먹어 줄 수는 없었는지.
버림받고 처참히 죽어간 유희의 모습을 한 내버려진 빨강사탕.




 결국 불륜녀는 죽어서 사라지고
불륜남은 아무렇지 않게 아들딸 키우며 자기는 가정을 지켰다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하며 행복하게 살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오늘도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의지도 하며 내 남편이 최고다 라는 얼척없는착각에 빠져서 살겠지.

  

 

홍석구 PD

 4부작 특집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연출
2009 전설의 고향 “계집종” 연출
미니시리즈 “안녕하세요, 하느님” 프로듀서

 

 노희경 작가

 그들이 사는 세상 / 굿바이 솔로 / 꽃보다 아름다워
고독 / 화려한 시절 /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거짓말 / 내가 사는 이유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